만우회 제주도 2박 3일, 30년지기 친구들 한장의 추억여행!

추석 연휴 지나고, 단톡방에 툭 올라온 한 줄이었어요.
“12월 12일 제주도 2박 3일, 일정들 읊어봐~~”
서른이면 아직 젊다고 우기던 우리가 어느새 40대 후반, 이름도 정감 가는
30년지기 모임 ‘만우회’는 1년에 상·하반기 딱 두 번 얼굴을 보는 사이가 됐죠. 회사, 집, 아이들, 건강…
각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무거워질수록, “한 번 보자”라는 말 한마디가 더 어렵게 느껴지는 나이 말이예요.
그래서 이번 제주도 2박 3일 여행은 그냥 힐링 여행이 아니라,
내 상황이 사랑하던 사람과 이혼하고 직업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애 월세방에 살고 있거든요
이런상황에서 나한테 30년지기 친구들과 추억여행이라? 이기적인 생각이 앞섰습니다
하루 일당 18만원인데, 그것도 삼일씩이나 여행 간다고??? 당장 이번달 월세비는???
가당치도 않지만..수만이가 성질내면서
너 좃나 이기적이다
너힘들때 친구들이 도와 줬잖아
근데 너 혼자만 여행 안간다고, 좃같은 새끼네~
내가 힘들었을때 도와준 친구들과 같이 가는 여행이
“앞으로도 우리가 같은 속도로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얼마나 한심한지 확인하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더군다나 둘째 날 일정에 ‘한라산 백록담’이 올라온 순간, 단톡방 공기가 살짝 달라졌어요.
“야, 겨울 한라산은 힘들다”, “왕복 17km 버거울 걸?”, “그래도 이번 아니면 언제 또 가보냐”…
걱정과 설렘, 반대와 기대가 한꺼번에 섞여서,
그야말로 40대 아재들의 현실 토론회가 열렸죠.
이 글은 단순한 제주도 여행 코스 후기가 아니예요.
제주도 2박 3일 일정 속에 한라산 백록담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는 40대 친구들,
그리고 “체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이번 생에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큰 산 하나쯤은 같이 올라가 보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중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만우회 단톡방 속 진짜 이야기입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왜 굳이 백록담을 넣어야 한다고 우겼는지,
그리고 30년지기 친구들과의 여행이 왜 지금 더 소중해지는지—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려 합니다.
① 30년지기 친구들, 단톡방에서 다시 모이다

우리 모임 이름은 ‘만우회’ 이예요.
스무 살 때부터 붙어다니던 친구들이 어느새 40대 후반이 되었고,
지금은 1년에 상반기·하반기 딱 두 번 얼굴을 보는,
그래도 서로를 ‘평생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사이이죠.
추석 연휴를 앞두고 453호가 먼저 카톡을 올렸어요.
“별일 없지들? 추석 연휴도 긴대 2일에 시간되면 저녁이나 먹자~~!!
정규모임 아니고 번개다 ㅋ”
늘 그렇듯,
누군가는 출장을 이유로 못 온다고 하고,
누군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여친 데려와라” 하고,
당구 못 친다고 놀리고, 놀림당하고…
그렇게 툭툭 던지는 말들 속에
서로의 일상과 거리가 그대로 드러나요.
예전 같으면 연락 한 번이면 다 튀어나왔을 사람들인데,
이제는 일정 맞추는 것부터 전쟁이예요.
② “12월 12일부터 제주도 2박 3일, 일정들 읊어봐라~”
그러던 어느 날, 수만이가 단톡방에 불을 지핍니다.
“12월 12일 부터 제주도 2박3일
일정들 읊어봐~~ 빠르게 회신 바람”
그 한 줄에 단톡방이 확 살아났어요.
“패키지냐 에어텔이냐”, “캠퍼트리호텔앤리조트가 좋다”,
“카니발 9인승으로 가자”,
“청주 출발 항공 시간 좀 땡겨라”,
이야기가 쏟아져 나옵니다.
항공 시간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도
결국 수만이(맨두)가 새벽 6시 50분 비행기로 시간까지 땡겨서
예약을 다 마무리합니다.
“예약 끝났음. 끝. 잔소리들 말어, 죽여버릴겨”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다 해놓는 스타일.
그래서 다들 욕 한 번, 칭찬 한 번씩 하죠.
“그래~ 심성 곱고 마음씨 착한 수만아,
내일 한 번 알아봐줘~ 수만이 그런 거 또 잘하자나~ 뭐든 잘하자나~”
이렇게 농담 섞인 칭찬과 구박을 동시에 먹는 사람이
어느 모임에나 한 명씩은 있죠.
만우회에서는 그 역할을 맨두가 맡고 있구요.
결국,
- 숙소: 벨룸리조트 카사밀라 45평
- 렌터카: 더뉴카니발 9인승
- 인원: 7명
- 기간: 12월 12일(금) ~ 12월 14일(일) 2박 3일
이렇게 큰 틀의 여행 그림이 완성됩니다.
“이제 진짜 가는 거구나” 싶은 순간이예요.
③ 문제의 둘째 날, ‘백록담 갈 거냐 말 거냐’

항공권도 끊고, 리조트도 잡고, 카니발도 예약하고 나니
이제 남은 건 ‘어디를 어떻게 다닐 것인가’ 이 문제예요.
이때 상우가 딱 제주 2박 3일 코스 엑셀표를 올립니다.
첫 날은 여유 있게,
둘째 날에 한라산 백록담,
셋째 날은 공항 복귀 위주.
그리고 카톡에 사진 하나가 딱 올라옵니다.
한라산 코스 설명, 백록담 사진, 고도, 거리…
그리고 상우의 한 마디.
“백록담은 선택해.”
그때부터 슬슬 진지한 얘기가 시작돼요.
- “백록담? 차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거냐?”
- “겨울 한라산은 왕복 17km라 힘들다.”
- “버거운 친구들도 분명 있을 거다.”
- “만장일치로 가자, 아니면 말자.”
해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 줍니다.
겨울 산행에 대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솔직히 겨울 한라산 산행 힘들어! 왕복 17km
버거운 친구들도 있을 거야. 만장일치로 결정해.”
이 말에 다들 잠시 조용해집니다.
단톡방 글은 끊어지지 않지만,
채팅창 너머로 각자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느껴져요.
“내 무릎으로 가능할까?”
“체력 괜찮을까?”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라면?”
④ 한라산 백록담 전설과 40대의 마음
그때 나는, 단톡방에 백록담 전설을 하나 올립니다.
“옛날 탐라 시대, 하얀 사슴이 내려와 물을 마시던 연못,
맑은 마음 가진 사람에게만 모습을 드러냈다…
정상에서 서쪽 바람을 맞으면 액운이 사라지고,
동쪽 바람을 맞으면 새 기운이 깃든다…”
그 전설을 쓰고 나서 마지막에 이렇게 적었죠.
“한 번 가즈아~
용의 기운과 사슴의 축복을 받으러~”
그리고 다시 한 번, 진심을 담아 글을 이어 썼어요.
“얘들아,
이번 제주도 여행… 그냥 여행 아니잖아.
우리가 30년을 같이 버텨온 만우회가
또 한 번 한 자리에 서는 자리잖아.근데 이번에 한라산 백록담 가고 싶은 이유는
그냥 ‘등산’ 해서가 아니야.우리 이제 40대 후반이잖아.
솔직히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이런 큰 산을 친구들이랑 같이 오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질 거라는 거…
우리 다 알고 있잖아.이럴 때 진짜 필요한 게 뭐냐면
‘평생 남는 하나의 경험’이야.”
백록담은 체력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래 걷고,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그 시간 동안
각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거예요.
-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살아왔지?”
- “이 친구들이랑 30년을 버텼구나.”
- “앞으로 남은 시간은 어떻게 쓰고 싶지?”
내가 카톡에 적은 것처럼,
솔직히 이번이 친구들이랑 같이 큰 산을 오를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나이예요.
그래서 더 간절했어요.
정상에 도착하느냐, 못 도착하느냐보다
같이 출발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느꼈으니까요.
⑤ 40대 후반, 왜 굳이 백록담인가

검색창에 이런 걸 쳐보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 “40대 친구들끼리 한라산 백록담 가도 될까?”
- “제주도 2박 3일 여행 코스에 백록담 넣어도 무리 아니야?”
- “중년 남자들 한라산 도전기”
그런 분들께, 만우회 이야기를 빌려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① 체력은 솔직하게, 마음은 조금 더 용기 내도 된다
40대 후반이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아요.
그래도 천천히, 같이 가면 생각보다 멀리까지 갈 수 있더라구요.
② 정상 도착이 목표가 아니라 ‘같이 걷는 시간’이 추억이 된다
백록담을 가든, 중턱에서 돌아오든,
결국 나중에 기억나는 건
숨이 차서 멈춰 섰을 때
서로한테 “야, 좀만 더 가자”라고 웃으면서 말해준 그 순간이예요.
③ 1년에 두 번 만나는 친구들, 그래서 더 욕심내도 된다
우리는 상반기·하반기 한 번씩 딱 두 번 만나는 모임이예요.
이렇게 일정 맞추기 힘든 나이에
제주도까지 같이 간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인데,
여기에 한라산까지 더하면
그건 진짜 **“우리만의 전설”**이 되는 거죠.
⑥ 만우회의 선택, 그리고 당신의 선택
우리 만우회 단톡방에서는 여전히
장난과 진심이 뒤섞인 대화가 오갑니다.
- “난 반댈세 ㅋ”
- “힘들겠지만 이번 생에 마지막일지 모르니 난 가고 싶다.”
- “백록담은 선택이예요. 가고 싶은 사람만 가도 돼요.”
- “만우회가 가는 거다. 개인이 아니고, 우리 만우회!!!”
누구는 체력을 걱정하고,
누구는 일정이 빡세다고 하고,
누구는 가보고 싶어서 마음이 앞서고…
정답은 사실 하나가 아니예요.
같이 가는 사람들의 성향, 체력, 관계에 따라
각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죠.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예요.
“우리가 지금, 이 나이에, 이 멤버로
한라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예요.”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40대, 혹은 그 즈음의 나이에서
친구들과 **‘조금 무리일지도 모르는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쯤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이걸 했을 때의 고생이 더 클까,
안 했을 때의 아쉬움이 더 클까?”
만우회는 아마,
조금은 힘들어도
뭐라도 시도를 했고 실패라도 괜찮아
시도해봤기 때문에 평생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을
선택할 것 같아요.
당신의 선택은 어떤가요?
제주도 2박 3일,
그냥 쉬다 오는 여행으로 남길 건지,
아니면 인생 사진 한 장, 평생 썰 풀 수 있는 이야기 하나를
추가할 건지.
결국 답은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있는 것 같아요. 😊
쿨의 한장의 추억 노래가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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