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독서를 안 하고 드라마를 보게 됐을까? 좋은생각 책한권
"요즘 책 안 읽어요"라는 말,
한 번쯤 해보셨나요?
사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비슷한 이유로
그렇게 됐을지 모릅니다.
책 안 읽고
드라마만 본다고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딱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책과 멀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그 순간. "나 예전엔 책 꽤 읽었는데..."
하면서도 선뜻 서점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진 그 느낌 말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전,
어느 평범한 오후에 우편함을 열었더니 작은 책 한 권이 들어 있었습니다.
표지는 수수했고, 유명 작가의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세 글자만 적혀 있었죠.
소파에 앉아 가볍게 펼쳐 들었습니다. 시간이나 때울 생각이었는데 — 손을 놓질 못했습니다.
맨 앞장부터 시작해서 어느 순간 맨 뒷장을 덮고 있었습니다. 내용이 대단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힘든 일을 꾹 참고 살아가는 아저씨, 작은 것에도 크게 웃는 할머니, 누구에게도 말 못 한 속마음을
꺼내놓은 누군가의 고백.
읽으면서 웃었고,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한 번쯤은 그런 책을 만나셨을 겁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유명하지 않아도 — 왠지 모르게 손에서 놓기 싫었던 그 책 한 권.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 공감의 온도가 너무 따뜻했습니다.
스마트폰도, 유튜브도, SNS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원하면 즉시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시절 우리가 공통으로 가졌던 것들이 있습니다.
- 우편함을 여는 손끝의 설렘
- 새 책에서 올라오는 종이 냄새
-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는 그 조용한 소리
- 아침 신문을 펼치며 세상을 구경하던 여유
-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던 따뜻한 공감
활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종이 냄새가 좋고, 글귀가 눈에 들어오는
그 느낌이 좋은 사람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이라면,
그 감각을 어렴풋이 알고 계실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좋아하던 가게가 어느 날 없어진 경험 있으신가요? 단골 식당이 폐업했을 때,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폐지됐을 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마음 한켠이 싸해지는 그 느낌
— 저는 그걸 책 한 권이 사라지면서 느꼈습니다.
월간 구독을 시작하고 매달 2일을 기다리던 저는, 어느 달부터 책이 오지 않는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며칠을 기다렸습니다. 그래도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감정은 단순히 책 한 권을 잃은 허탈함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크게 보면, 나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무언가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도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늘 거기 있을 것 같았던 것들이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지는 경험. 그리고 그게 사라지고 나서야
'아, 나 저걸 꽤 좋아했구나' 하고 깨닫는 것. 그 작은 상실감이 쌓여서 어느 순간 우리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때 이후로 예전처럼 책을 찾지 않게 됐습니다. 책이 싫어진 게 아닙니다. 그
냥 어딘가 허전해진 채로, 그 허전함을 다른 것으로 채워가게 된 거겠죠.
"책은 안 읽고 드라마만 봐요?" 이런 말,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혹은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한 번쯤 해보셨을지 모릅니다.
'나 왜 이렇게 드라마만 보지?' 하면서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시면 어떨까요. 드라마 작가들은 평생 책과 함께 산 사람들입니다.
수많은 문학을 읽고,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한 방울씩 녹여 대본을 씁니다.
그 한 줄 한 줄이 배우의 목소리와 표정을 입고 화면 속에 살아납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한 편 안에는 작가가 읽어온 수천 권의 책이 압축돼 있는 셈입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드실 때 있지 않으신가요. '
이 대사,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이 장면에서 나도 왜 이렇게 울컥하지.
' 그 감정이 드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 있는 겁니다.
주인공의 감정이 내 감정이 되는 그 순간
— 그건 책을 읽을 때 느끼던 공감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건 책도, 드라마도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건 사람 사는 이야기,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공감의 온도인 겁니다.
어떤 그릇에 담겨 있든 그 본질은 같습니다.
그들의 대본 한 줄 한 줄이 우리 마음을 움직입니다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에서 김은숙 작가를 빼놓으면 허전합니다. 《파리의 연인》으로 처음 이름을 알린 뒤 《도깨비》의 신화적 세계관, 《더 글로리》의 냉혹한 복수극까지. 한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오간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녀의 대사는 유독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 파리의 연인
- 시크릿 가든
- 태양의 후예
- 도깨비
- 더 글로리

수십 년에 걸쳐 한국 가족 드라마의 전형을 만들어 온 작가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갈등, 화해, 눈물, 웃음 — 그 평범함 속에서 깊은 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 작가의 진짜 실력입니다. 드라마계의 살아있는 역사라는 말이 과하지 않습니다.
- 사랑과 야망
- 목욕탕집 남자들
- 엄마가 뿔났다

쓰는 작품마다 흥행이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작가입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고, 《눈물의 여왕》은 넷플릭스 최고 시청 기록을 세웠습니다. 판타지적 설정 안에 현실적인 감정을 정교하게 녹여내는 솜씨가 탁월합니다.
- 넝쿨째 굴러온 당신
- 별에서 온 그대
- 푸른 바다의 전설
- 눈물의 여왕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면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 건강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토록 따뜻하게 다뤘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각기 다른 인생들을 아름답게 엮어냈습니다.
- 그들이 사는 세상
- 괜찮아 사랑이야
- 디어 마이 프렌즈
- 우리들의 블루스

《사랑의 불시착》 하나로 전 세계를 뒤흔든 작가입니다. 남북 분단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이렇게 설레고 아름다운 로맨스로 풀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두 세계의 사랑 이야기를 이처럼 설득력 있게 그린 상상력이 경이롭습니다.
- 사랑의 불시착
- 나를 사랑한 스파이

"나는 요즘 책을 안 읽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 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책이 싫어진 게 아니라 — 좋아하던 것이 사라졌거나, 바빠서 여유가 없어졌거나,
아니면 그냥 어느 순간 다른 것에 눈이 가버렸거나.
독서를 안 한다고 해서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드라마를 본다고 해서 깊이 없는 사람인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감정에 공명하고,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나를 발견하는 그 순간을 좋아합니다. 그 방식이 책이든, 드라마든, 유튜브든 —
본질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린 작가들 — 김은숙, 김수현, 박지은, 노희경, 박혜련. 이분들의 작품을 보면서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대사, 어딘가에서 읽은 것 같은데.' '이 장면, 내 얘기 같은데.' 그 느낌이 드는 이유는,
이 작가들이 수십 년간 책을 읽고 삶을 살아온 깊이가 대본 한 줄 한 줄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온도를 알고 있습니다.
혹시 오랫동안 책을 손에 잡지 않으셨다면, 오늘 이 글이 작은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책이 아니어도 됩니다. 예전에 손에서 놓지 못했던 그 책 한 권을
다시 꺼내보는 것도 좋고, 오늘 밤 드라마 한 편을 보면서 그 대사 뒤에 있는
작가의 마음을 한 번쯤 떠올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좋은 이야기를 만나는 일은
결국 우리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니까요.
"요즘 책 안 읽어요"라는 말 뒤에는
사실 이야기를 좋아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책이든 드라마든
우리가 찾는 건 결국 같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 그 따뜻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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